[특별대담] 조준필 아주대 의대 교수 / 국제안전도시지원센터장

광명지역신문은 '국제안전도시 광명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대한민국 국제안전도시지원센터로 지정된 아주대학교의료원 지역사회안전증진연구소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아주대 의과대학 응급의학과 조준필 교수를 만나 지속가능한 안전도시 광명을 만들기 위해 지역사회의 역할과 전국 최초의 민간주도형 국제안전도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방안을 들어본다. <편집자註>

							조준필 아주대 의대 교수
조준필 아주대 의대 교수

장성윤 광명지역신문 편집국장(이하 ‘장’)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광명에서는 지금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해 광명을 국제안전도시로 만들자는 캠페인을 시작하고, 10월 4일 ‘국제안전도시 추진 광명시민연대 발대식과 선포식’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교수님께 조언을 구하고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준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이하 ‘조’) 네, 반갑습니다. 지금까지 18개 지자체가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았는데 모두 관에서 주도했습니다. 광명처럼 민간이 주도해서 추진하는 사례는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기대도 됩니다. 어떻게 민간이 먼저 추진하게 됐나요?

 어떻게 하면 ‘안전’이 구호로 그치지 않고, 정치인이 바뀌고 정치적 상황이 달라져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까라는 지역사회의 고민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지역에서 창간 15년째에 접어든 광명지역신문은 지역사회에 상존했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을 찾다가 국제안전도시 공인 제도를 알게 됐습니다. 국제안전도시는 3~5년간 얼마나 지속적인 안전계획과 정책을 추진하느냐로 평가되고, 5년마다 재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건 못 받건 간에 적어도 광명시는 이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속성있는 안전계획을 수립하고, 안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시민들은 지금보다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광명지역신문이 지역사회에 화두를 던졌고, 단체들이 이런 취지에 공감하고 관에 제안하려는 것입니다. 관 주도의 구색맞추기식 민관네트워크가 아니라 제대로 된 민관협치, 주민자치를 하자는 거죠.

 주민들이 참여해 민관 쌍방향 협력이 이루어져야 지속가능한 안전도시가 됩니다. 시민사회에서 관이 일하도록 드라이브를 걸어주는 역할만 해도 정말 의미있는 일입니다. 민간이 먼저 나선 최초의 사례라서 이런 시도가 잘 될지, 흐지부지 될지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일을 추진함에 있어 계속 민간이 주도권을 가지고 갔으면 합니다. 사실 관이 주도해 국제안전도시로 공인된 후 지자체들에게 이런 시민연대를 권유하고는 있지만 그게 실제로 잘 되지 않았던 것이 현실입니다. 광명의 사례가 성공한다면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될 것입니다.

 교수님, 캠페인에 동참은 했지만 아직 국제안전도시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국제안전도시는 1989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제1차 사고와 손상예방 세계학술대회’에서 채택된 ‘모든 인류를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안전도시 헌장을 기초로, 안전과 관련된 지역 각계각층의 능동적인 참여로 안전증진사업을 하고, 그 성과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국제안전도시로 공인됐다는 것은 그 지자체가 안전한 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갈 수 있는 기반과 역량을 갖춘 도시임을 의미합니다.

 국제안전도시 공인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요?

 1989년 이후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보건대학원 사회의학교실이 WHO로부터 세계보건기구 지역사회안전증진협력센터로 지정되면서 국제안전도시 공인을 주관해왔고, 각 국가의 국제안전도시사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17개국 23개소의 지원센터를 지정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아주대학교의료원 지역사회안전증진연구소가 국제안전도시지원센터로 지정돼 국제안전도시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지역사회 진단을 끝낸 자치단체에서 2년 이상 사업을 수행한 후 성과를 자체 평가해 공인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왜 이 일을 하시나요?

 20년째 국제안전도시 업무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저랑 며칠만 있어보면 제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바로 알게 될 겁니다. 안전은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피해정도와 발생빈도를 따져 보면 경미한 것부터 국가재난 수준에 이르는 것까지 모두 안전의 범주에 속하죠. 사실상 지진, 화산, 쓰나미 등 국가재난은 시민들이 직접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고, 국가나 자치단체가 나서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나 교통사고, 자살, 폭력, 추락, 산업현장의 사고 등 우리 주변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은 주민이 참여하고 개입하면 개선될 여지가 많습니다. 바로 그 부분을 주로 다루는 것이 국제안전도시입니다. 그런 손상으로 응급실에 오는 환자를 줄이는 것이 바로 국제안전도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위험 요인을 진단하고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죠. 누군가가 다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만일 경제적 주수입원인 가족이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입원한다면 그 집안이 저소득층으로 전락하고 회복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로 인해 또 다른 주변 사람은 생업을 포기하고 간병하거나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하죠. 자녀는 교육 등 많은 기회를 상실하게 될 겁니다. 한 사람이 다쳐서 죽거나 중환자실에 있거나 평생 장애자로 살아야 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충격은 굉장히 큽니다. 그것을 줄이는 것이 안전도시입니다.

 손상이 얼마나 발생했고, 지역사회의 관심과 노력으로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수치상의 변화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교통사고로 얼마나 사망하고 다치는지, 자살인구는 몇 명인지, 가정폭력, 자살, 아동폭력 등 잘 노출되지 않는 통계까지 파악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정말 필요합니다. 손상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손상감시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고위험 환경, 고위험 연령, 고위험 계층의 안전증진을 위한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수행하고 그 성과를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하죠.

 안전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손상이 발생한 원인부터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일례로 자살하는 사람의 상태는 우울합니다. 기뻐서 자살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우울증 때문에 자살했다'로 뭉뚱그릴 것이 아니라 자살까지 이르게 한 우울의 원인을 들여다봐야죠. 경제적인 문제, 지병, 고독, 혹은 암이나 파킨슨병 등 불치병으로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면서 자신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됐다는 생각에 자살하기도 합니다. 자살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사회시스템을 구축해야죠.
다른 예로 안전벨트를 매면 교통사고율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교통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해 사람들이 안전벨트는 매는 수칙을 어떻게 지키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됩니다. 교통사고를 줄이자고 말로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예를 들어 주차장에서 나가기 전에 안전띠를 매도록 상기시키는 캠페인을 하면서, 그것이 정말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켰는지 조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죠. 이렇게 손상을 일으키는 인자들을 경감시키기 위해 지역 구성원들이 생활 속에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제안전도시 추진 광명시민연대 발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여단체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어떻게 분과를 나누느냐는 것인데요. 안전이란 분야가 매우 방대하고 각 단체들의 업무가 중복되거나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활동을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점에 대해 조언 한 말씀 해주시죠.

 교통안전, 자살, 폭력 등 손상이 일어나는 수단으로 구분할 수 있고, 노인, 청소년, 어린이 등 생애주기별 분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인안전도 교통사고, 자살, 낙상 등 다양한 원인이 있고, 어린이 안전도 교통, 학대, 학교폭력 등 여러 가지 수단으로 또 나눠집니다. 모든 분야를 아우른 후 지역사회 실정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입니다.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각계 각층의 상호협력, 책임있는 기관과 단체가 모여 논의하는 체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광명시의 경우 구도심 뉴타운 개발, 도시재생사업 등이 진행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못하고 소외받았던 구도심을 어떻게 탈바꿈할 것인가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구도심 등 안전에 취약한 지역에 대해 범죄를 예방하는 환경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라고 합니다. 광명시가 구도심 중심의 재개발, 도시재생이 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안전을 염두에 두고 도시설계를 한다면 마을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봅니다.

 끝으로 광명이 국제안전도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들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시죠.

 국제안전도시로 공인을 받을 수도 있고, 공인은 받지 않더라도 국제안전도시 기준을 지키면서 지역사회를 안전한 수준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안전도시를 만드는 과정일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치단체장이 안전에 대한 마인드와 정책적 의지를 가졌느냐는 겁니다. 자치단체장이 우리 시는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로만 하느냐 아니면 지역사회의 안전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고 개선할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죠.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있다면 그 정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지지, 안전관련 기관과 단체, 안전 관련 담당자, 보건의료 전문가 등의 협력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가에서 하라고 하는 사무가 아닌데 이런 것을 왜 해야 되느냐, 또 다른 업무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고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직사회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잘 들었습니다. 교수님. 광명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이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시민연대에 참여한 단체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계신지 같이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광명이 전국 최초의 민간주도 안전도시가 되길 기대하고 지켜보겠습니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돕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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